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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요상한 말버릇
    카테고리 없음 2019. 4. 14. 02:27
    TV에서 흘러나오는 맛집 인터뷰나 뉴스 인터뷰 영상을 보면 거의 언제나 십중팔구의 확률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것 같아요."
    "담백하고 맛있어요."

    예쁜 것 같아요,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요, 맛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잘 온 것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아닌 것 같아요, 해야 될 것 같아요, 안 될 것 같아요.

    ???
     
    얼큰한 찌개도 담백하고 맛있어요, 칼칼한 김치도 담백하고 맛있어요, 기름진 파전도 담백하고 맛있어요, 짭짤한 게장도 담백하고 맛있어요.

    ????

    참으로 소극적이고 둥글둥글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는 나라답다.

    '것 같다'는 말은 확실하게 본인의 주장을 피력하는 표현이 아니다. "여기 참 예쁘네요, 오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훨씬 자신감있고 명확한 표현을 할 수 있다.

    담백하다는 말은 또 어떤가?
    그 말은 아무 맛이 없고 싱겁다 또는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 정도의 뜻을 갖고 있다.
    맑은 탕의 맛을 표현할 때나 어울리는 정도의 말이다.
    이 정도의 남발이라면 '담백하다=맛있다'가 되어 버린건가 싶을 정도이다.
    맛을 표현할 때 조차 맑을 담에 흰 백자를 쓰는 단어를 사용해서 이도 저도 아닌 맛이라고 말을 하는 꼴인 것이다.

    어쩌다 이 정도까지 온 것일까?
    어째서 그러한 의식이 누구도 의아하게 여기지 않는 사이 모두의 언어습관에까지 스며들어서 본인의 주장이나 의견을 흐릿하게 다듬어 말하도록 되어 버린걸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필사적으로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섞이려는 의지가 무의식에 자리잡은 듯이 보인다.
    특히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패션이다.
    한철 어느때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면 귀신같이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선다.
    어느 연예인이 어떤 물건을 썼다고 알려지는 순간 다음 날 해당 아이템은 동이 난다.
    특히 패션은 그 어느 나라를 돌아봐도 두드러지는 한국만의 특징이다.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사실은 당신이 남의 눈을 신경쓰는 것에 비해 남들은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몇해 전 부터 지나친 존경어나 겸손어의 표현 남발에 대해서는 이제 꽤 문제 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커피 한잔에까지 자신을 낮춰 버리는 황당한 언어습관이 아니던가?!)

    그러니까 우리 이제
    조금은 더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어떨까?
    조금은 더 개성이 있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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